서 론：『춘향전』과『로미오와 줄리엣』 이 두 작품은 영원한 사랑을 주제로, 한국과 서양고전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춘향전』주인공 춘향의 신분 상승 욕망과 꿈의 형상이 조선 후기 민중들에게 갈구되는 새로운 시대의 이미지를 심어 주었기 때문에 열렬히 환영받았고, 춘향의 수절이 당시의 봉건윤리에도 합치되었기 때문에 양반이나 하층민 누구에게나 영합되는 국민 문학적 폭을 지니고 있어 민중 최고의 고전이 될 수 있었다. 셰익스피어는 사랑과 죽음의 주제를 그의 모든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가 시대를 초월하여 위대한 작가로서 사랑 받는 이유도 인간이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는 사랑과 죽음의 주제를 다루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그 중에서도 『로미오와 줄리엣』에 등장하는 줄리엣이 남주인공을 진실로 사랑하여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에서 문학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과 죽음의 의미를 잘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서는 이 두 주인공의 성격을 비교해보고 동ㆍ서양의 문학적 이해에서의 깊이를 한 층 더 깊게 하려 한다. 이런 비교를 통해 각 나라 문학의 대표성뿐만이 아니라 동ㆍ서양 문학의 특성을 잘 알 수 있다.

서양문학의 대표적 성격으로는 바로 비극이라 할 수 있다. 동양은 그 반대인 희극적인 결말이다. 두 작품이 완성된 시기는『춘향전』이 19세기 중반이며『로미오와 줄리엣』은 16세기 말이다.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전자가 조선이며 후자는 영국사회이다. 

본고는 큰 차별이 있는 시대문화 배경에서 춘향과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인물 성격을 분석해보려 한다. 본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고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첫번째 부분에서는『춘향전』과 『로미오와 줄리엣』 두 작품의 주요내용과 두 작품에 나타난 사회적 배경을 제시하려고 한다. 두번째 부분에서는 춘향과 줄리엣에 대해 성격을 분석하고 비교하려고 한다.

『춘향전』에서 춘향은 당시 그 엄격한 조선조 신문사회에서 양반의 부인이 될 꿈을 꾼다. 이는 춘향전이 형성된 조선후기 사회의 모순구조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16세기 말 17세기 초에 걸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은 지배층으로의 양반계층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계기가 되었고, 동시에 민중들의 사회경제적 의식은 확대되어 갔다. 또한 전쟁 후 당쟁에 의해 양반은 더욱 자신들을 분화시켜갔고 권력을 잡은 일부만이 대토지 소유자가 되었다. 나머지 양반은 경제적으로는 사실상 일반 농민층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당시 깨인 사람 들은 조선의신분제가 타파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었다. 그것은 젊은 세대이고 늙은 세대는 기본절서를 중시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 작품은 계급에 대한 신구세력간의 갈등으로 보인다. 즉과도기 사회상의 반영이다.

이와는 달리『로미오와 줄리엣』은 신분적 갈등이 아닌 두 가문의 갈등이 주가 된다. 하지만『춘향전』과의 공통적인 갈등양상이 하나 존재한다.  그것은 세대간의 갈등인 것이다. 앞서 말한『춘향전』에서도 신구세대간의 갈등이 있듯이 작품 내에서 몬타규가와 캐플랫가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숙적관계이다. 그런데 몬타규가의 아들 로미오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으로 연회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숙적 캐플랫가의 딸인 줄리엣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부터 이 불후의 연애비극은 그 꽃망울을 펴기 시작한다.